기차는 늘 목적지를 향해 달리지만, 그 안의 시간은 아무 데도 향하지 않는다. 우리는 그 틈을 오래 들여다봤다. 창밖 풍경이 흘러가는 동안 승객들의 시선은 대부분 손바닥 안의 화면에 고정돼 있었고, 그 30분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채 사라지고 있었다.

Twixfer Pack의 시작은 질문 하나였다. "디지털에 지친 순간에,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쥐여준다면 어떨까." 우리는 그 질문을 들고 몇 번이고 같은 노선을 왕복했다. 실제로 기차를 타고,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.

"디지털이 지친 시간을, 다시 만질 수 있는 기억으로."

아날로그 툴을 고르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. 너무 유치하면 몰입이 깨졌고, 너무 정교하면 30분이라는 시간 제약과 맞지 않았다. 결국 우리는 '완성'이 아니라 '흔적'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. 여정이 끝났을 때 무언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, 그 사람만의 흔적이 종이 위에 남아있는 것.

이 프로젝트를 D&AD에 제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화려함이 아니라 '설득력'이었다. 왜 하필 기차였는지, 왜 하필 아날로그였는지를 심사위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계속 물었다. 그 질문에 끝까지 답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작업이 남긴 가장 큰 배움이다.